큰빛 소식

제목박요섭, 조선향 선교사 6월 편지 2020.062020-06-14 11:47:19
작성자 Level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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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누와 사람들은 요즘도 장작을 지펴 음식을 합니다.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시나요? 저희 시베시베 마을에는 전기도 없고, 전화도 안 되고, 가스도 없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오랜 세월 장작불을 피워 물을 데우고, 얌, 고구마, 바나나 등을 코코넛 밀크에 삶아 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6월(건기)에는 낮엔 해가 쨍쨍해서 매우 덥지만, 밤에는 상대적으로 기온이 내려가 추위를 느낄 정도입니다. 
해가 지면 바로 깜깜해지는데 밖에 장작불을 피워 주위를 밝히고, 모기도 쫓고, 저녁 식사도 준비합니다.
 불 주위에서 집 식구들이 모여 이야기도 하고 함께 노래도 부릅니다. 특히 아이들은 손뼉 치며 노래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도잠깐 걸음을 멈추고 잠시 이야기를 나눕니다. 잠이 들었다가도 추우면 집 밖으로 나와 다시 불을 피웁니다.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불을 쬐다가, 아이들은 부모 품에 안겨 잠들기도 합니다. 
인터넷으로 온라인 교육을 받고, 재택근무하며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고, 택배로 물건을 받는 세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도 안 되고 재택근무라는 말도 없고, 택배는 뭐여? 하는 세상도 있습니다. 저희 마을이 그렇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장작불을 피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비하고, 오손도손 모여 앉아 이야기하며, 때론 별빛에 때론 달빛에 의지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삶이 낭만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고, 누군가에게는 와이파이가 안 되는 세상도 있어?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도 있겠지만 카니누와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모습입니다.

우리 말로 된 성경도 그렇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한국어 성경이기에 140년 전 아직 한국어성경이 없었던 때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21세기인 지금도 2억 5천만 명 이상 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된 성경이 없습니다. 2016년 11월 카니누와 미니 성경이 봉헌될 때까지
카니누와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이제서야 마가복음, 사도행전, 요나서 3권과 창세기와 출애굽기 일부 말씀을읽고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옆의 그림은 번역자 실버스터가 카니누와 미니 성경 최종본이 나온 것을 기념하며 그린 것입니다. 장작불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토기(저희 지역 특산물입니다^^). ‘야와시 까나 까봐가’는 ‘생명의 양식’(요한복음 6:35)이라는 의미입니다. 
토기 안에 무엇이 있을지 카니누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직 글을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습니다. 맛있는 얌, 고구마, 바나나. 그들의 주식입니다.
카니누와 말로 번역된 성경책, 그 안에 담긴 생명의 양식을 카니누와 사람들이 맛있게 먹기를 바라는 의미로 그린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아직도 어수선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오늘도 육의 양식과 함께 꿀보다 더 단 (시편 119:103) 영의 양식을 잘 드셨는지요? 
그러고 보니 마을 사람들과 연락이 안 된 지 벌써 두 달이 넘어갑니다. 
다들 잘 지내는지, 밭농사가 그런대로 되어서 고구마라도 먹고 사는지, 작년 싸이클론으로 인해 쓰러진 바나나들이 올해는 열매를 맺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은 적은 양이지만 번역된 카니누와말씀을 읽고 또 읽고, 듣고또들을때그들에게 생명의 양식이 되기를기도합니다.

<함께 기도해 주세요.>

  •   지난 두 달 반 이어졌던 비상사태가 지난주 다시 2주가 연장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규정들을 지켜 달라고 합니다. 이곳은 온라인 교육이 힘든 곳이라 5월 둘째 주부터 현지 학교들은 개학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공식적으로 추가 확진자가 생겼다는 보고가 없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계속 이곳의 아이들을 지켜 주시도록,

  •   카니누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 주시고, 안전하게 보호해 주시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와 격려를 받도록,

  •   마을에서요한1,2,3서초역에이어요한복음초역을하고있을번역자들에게힘과지혜를주시도록,

  •   5월로 계획했다 연기된 구약파노라마 말씀 자문위원 점검 일정이 다시 잘 결정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요즘 이런저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기도가 절로 됩니다. 그러면서도 ‘뉴스에 나온 세상이 전부는 아닌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 문제에만 관심이 집중될 때 말씀으로 돌아가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그때 내 세상이 아닌 하나님 세상이 보이는 것을 경험합니다. 하나님의 시선이 닿는 곳에, 하나님의 마음이 있는 곳에, 우리의 시선도 닿고 마음도 있기를 원합니다. 힘든 시간 지금까지 지내 온 것,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서로 힘내요. 저희도 함께 기도합니다.

    2020년 6월 8일 박요섭 조선향 선교사 드림